본문 바로가기

이모는 보살님/상담사례

우리 가게가 도깨비 터 인가 봐요!

어느 날, 이모님이 수제 메밀묵을 샀다고 기뻐하시면서 오셨다. 

워낙에 도토리, 메밀 등으로 만든 묵을 좋아하는지라, 덩달아 뛰다가 문득 떠오른 이야기. 바로 "도깨비 터"에 관한 것이다.

도깨비도 나처럼 메밀묵을 좋아하다 보니 ㅎㅎㅎ :) 좀 웃기면서도 재미있는 추억이긴 하다.


작년 즈음의 일이다. 

 

처음 법당을 조심스럽게 찾은 분이 계셨다.

 

어렵게 예약을 하신 그 분은, 새롭게 가게를 열었는데 장사가 잘 되지 않아 걱정이라는 말씀을 하셨다. 

그러면서, 다른 점집에 갔더니 "당신이 연 가게 터가 도깨비터야!"라고 하더란다. 

 

대충 상황을 들으신 이모님은 "그건 우리같은 보살이 직접 봐야 안다"며, 한 번 가게를 가보자고 하셨다. 


가게의 터를 보니, 도깨비 터가 맞았다. 

 

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. 갑자기 그 분이 "그럼 굿을 해야 하나요? 싸게는 안되나요?"라고 하시는 것이었다. 

 

왜 그러시냐고 여쭤보니... 맙소사. 또 다른 점집에서 그렇게 말을 했단다. 5,000만원을 내고 굿을 하라고. 

아니, 무슨 놈의 굿값이 맨날 툭 하면 오천만원이냐. 여기에... 도깨비 터는 굿을 할 필요가 없다. 

 

(상문살처럼 부득이하게 굿이 필요한 부분은 나중에 말씀을 차차 드릴 것이지만, 이건 비방으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) 


해서, 이모는 그 분께 다음과 같은 소품(?!)을 준비하라고 하셨다. 

준비물은 딱 세 가지다.

 

1. 메밀묵

2. 막걸리

3. 알사탕(옛날 과자인 "옥춘"도 좋고, 될 수 있는대로 알이 큰 사탕이 좋다)


자, 이렇게 준비한 물품을 다음과 같이 해보자.

 

먼저, 메밀묵은 단단하게 얼려서 접시에 담는다. 이 때, 절대 칼로 썰지 말고 통째로 놓아야 한다. 

(신령한 존재에 올리는 물건은 함부로 칼질을 해서는 아니된다)

다음으로, 막걸리 뚜껑을 따도록 한다. 

 

마지막으로 사탕은 껍질이 있다면 일일이 벗긴 뒤 작은 그릇이나 바구니에 수북하게 담는다.


위의 세 가지 물품들을 가게의 현관 앞이나 계산대 옆에 하룻밤만 두면 비방 완료. 

이렇게만 하면 끝난다. 그런데 뭐? 굿을 하라고? 

 

위의 세 가지 물건을 제일 좋은 것으로 산다고 해도, 고가로 잡아도 삼만원을 넘지 않는다. 

진짜 그러지 말자. 이모님 같은 보살님들 욕먹는다. 이게 뭐냐. 간단한 걸 갖고. 


그래서 나나 이모님이나 큰 돈을 버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지만... 그래도 사람 속이지 않으니 밥줄 끊기지도 않고 편안하게 살고 있다. 역시 맘 편히 사는게 약게 사는 것 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. 

 

아무튼 우리 가게가 도깨비터 같다는 분들, 꼭 실행해 보시길 바란다. 그럼 오늘도 굿데이 ㅎㅎㅎ